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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 & Golf

제주도 자전거 일주 Day 2 - HYATT / 1100고지 / 이중섭 기념관 / 쇠소깍

by DamDong 2016. 4. 22.








자전거와 동침한 다음 날 아침



 












호텔로비 연못에 비친 하늘을 보니, 

낚시 날씨는 계속 좋을 듯 싶다.   











아침식사 후 

호텔 산책











2007년 이었나? 

그땐 태풍때문에 산책할 엄두도 못냈는데,











이 날은 화창할 날씨에,

유채꽃까지 그득피어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다.










호텔 한 켠에 있는 이 건물은 

채플 웨딩홀












안 쪽을 들여다 보니 

왠지 결혼하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 


아참..

난 이미 결혼했구나 @@~










이날 목표는 한라산 1100고지 등정(?) 후

쇠소깍 찍고 복귀하는 코스

오후부터 다른 일정이 있어, 목표를 짧고 굵게 잡았다.



지금까지 자전거로 오른 최고 업힐이

해발 548미터 이화령이었는데,

1100고지는 이름 그대로 해발 1100미터

이화령 딱 두배 높이다.  








호텔나서자 마자 바로 업힐시작 












화창한 하늘, 푸른 숲길, 간간이 핀 벚꽃,

풍경은 샤방인데,

난 계속 욕하면서 올라갔다.


"내가 미쳤지 !!

 골프나 칠 걸,

이 나이에 미쳤다고 사서 개고생이네 

!0!~ #$@%&"









해발 450미터 산록도로입구 사거리에서 일차 퍼짐 휴식


 










바위에 쪼그리고 앉아 간식으로 말린 과일 먹고 있으니,

지나가던 관광버스 승객들이 쳐다본다.

나도 쳐다보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았다. 









휴식 후 반 쯤 털린 상태에서 

꾸역꾸역 페달을 밟고 올라가는데...



탐라대학교 지나면서 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뒤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그런데 점점 가까워짐



느리지만 나 자전거 타는 중인데,

어떻게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 지지?

너무 힘들어서 헛것이 들리나?


 


한 사람이 내 옆을 훅~ 지나 간다.


뛰어서 ~




조금 있다 또 한 사람 


뛰어서 ~










그렇게  네 명이 나를 추월해감




환청도 들리더라

~ 지나갈게요 ~

ㅜㅠ



아무리 내 엔진이 비루하다지만,

나 그래도 로든데,

어이구 창피해라 ~ 




잠시 후 무슨 서포트카 같은게 따라 올라가는 걸 보니,

아마도 육상선수들 훈련중

  

이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분명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이지 말입니다.

ㅜㅠ








다리는 물론 

자존심마저 털린상태에서

포기하지 않고 해발 888미터까지 올랐다. 


난 정말이지 정력은 

정신력은 

정신력만 끝내주는 것 같다.












드뎌 해발 1,000미터 돌파

근데 아직도 2Km남은겨?











콧물 눈물겹게 정복(?)한 1100고지 

덤으로 가민 피닉스3  고도오차가 59미터란 사실도 확인 ~











휴계소 옆에 우리나라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가인 고상돈 대원 동상이 있던데,

저 사람 보다 내가 더 위대한(?) 등정을 한 '기분'이었다.












1100고지 휴계소에서 바라본 뷰...




원래 여기서 밥먹을 계획 없었지만, 

체력을 너무 쓴 까닭에 자칫 봉크날까봐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바닷가 올레길까지 쒼~나게 내려감

힘들게 올라온게 아까워서 내려가기 싫더라


바람막이 안입었으면 얼어죽을 뻔 했고,

브레이크 잡은 손이 너무 아파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난 정신력이 강하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정차'로 내려왔다. 









1100고지 올랐더니 

왠만한 낙타등은 다 평지처럼 느껴지는 거만함이 생겨  

법환바당인증센터까지 힘들게 왔다.


근데 여기 왜 와 본 느낌이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4년전 가족과 올레7길 걸을 때

이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때, 서명숙 이사장님(올레길 만드신 분)을 우연히 만나 

소개받은 식당에서 갈치조림을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 곳곳이

추억투성이군 ~ 















인근에 이중섭 미술관이 있다길래 잠시 들렸는데,

미술관 건너편에 그의 거주지가 함께 보존돼 있다. 











한국전쟁때 이중섭 화백이 가족과 1년간 피난살이 했던 집 

그래서 생가가 아니라 거주지다.


살아 생전 가난에 찌들어 가족과 생이별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술로 달래다 결국 술때문에 마흔 나이에 요절했지만,

사후엔 잠시 머물던 거주지까지 기념물이 될 정도로 대접받는 화가



대표작 흰 소 그림으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그림 중 '달과 까마귀' 를 좋아해 

한동안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올려 두기도 했다. 









 

시간이 없어 미술관은 들르지 못했는데,

이중섭 미술관은, 우리나라 지방 미술관이 그렇듯..

개관당시에 원화 한 점이 없어 복사본만 전시하다가

가나아트 등에서 기증받아 지금은 11점의 원화를 확보했다고 한다.

 

예전에 진부령 미술관에서 이중섭전 한다기에 잠시 들렀었는데, 

사실상 복사본 전시여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국내 미술시장이 너무 작은 탓도 있지만, 아무튼 이 분야는 갈 길이 멀다.










올레6길 어딘가에서 찍은 해변가 집 

돌담에 정낭(제주도 전통 문)을 대신하는 듯한 밧줄과 우편함, 

그리고 SECOM 마크

전혀 이질적인 소품들이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내는데,

소박한 집에 세콤이 있고, 해변가에 작품(?)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술작업하는 이의 집이 아닌가 추측해 봄 


언젠가 부터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제주도 이주가 늘고 있는데,

요즘 제주도 부동산 추이를 보면, 

여기도 젠트리피케이션 이슈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하효항












이 날 최종목적지 쇠소깍..

제주도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일본 규슈에 있는 다카치호 협곡과 비슷한 분위기다.  





오후부터 다른 일정이 있어,

이 곳에서 차를 타고 호텔로 점프













늦은 저녁 사계항 인근에서 식사약속이 있어 택시를 타고 갔는데, 

편하고 좋더라 

풍경도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고 ~ 





느린만큼 눈에 더 잘들어 온다는 말이 있는데,

솔직히, 

자전거에도 맞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페달질 하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 보다 풍경이 더 눈에 안들어 오는 것 같기도 하고 ~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란 책을 보니,

자전거여행은 창밖으로 보는게 아니라 경치의 일부가 되는 것이란 말이 있던데,


그래서 1100고지 올라갈 때

관광버스 승객들이 날 그렇게 유심히 쳐다봤나?


 








무튼,

전날 라이딩 막바지에 저녁노을 보며 쉬었던 사계항은

여전히 이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