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궁금해졌다.
내 7단 생활자전거로 남산 올라 갈 수 있을까?
업힐엔 쥐약이라는 브롬톤도 올라간다니, 7단 생활잔차가 못갈리 없겠지? 만....
그건 젊은 사람들케이스고..
내 나이 낼모래 쉬흔인데,
흡연경력 26년 vs. 자전거 경력 두달, 그것도 많이 타야 일주일에 한번...
업힐 경험이라곤 암사동 언덕밖에 없는데, 그것도 업힐로 쳐주긴 하나?
앉아서 고민하지 말자,
호기심 반 + 도전의식 반으로 일단 출발 ~
한남대교 넘어 국립극장까지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올랐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
이게 다 담배 무거운 내 자전거때문이야 ~~
이렇게 좋은 숲길을 즐기며 올라가야지..
왜 죽도록 고생하며 올라가는 걸까?...
... 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사진은 내려 오면서 찍었고, 정작 올라가는 동안은,
내 숨소리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바로 앞 길바닥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다 운동부족 7단 밖에 없는 내 자전거 때문이야 -.-;
어쨌거나...
끌바없이 무정차 성공 ~
몸과 머리가 체감하는 남산이 살짝 다르다.
머리론, 생각보단 살짝 짧았다...
몸으론, 조금만 더 길었으면 거품물고 쓰러졌을 듯 ~
-.-;
로드 몇 대가 사뿐히 날 추월해 갔는데,
나보다 페달링이 훨씬 빠르면서도 샤방하게 오르는걸 보니...
평지에서의 7단과 업힐에서의 7단은 확실히 하늘과 땅차이다.
내친김에 북악도 테스트해보기로 ~
북악으로 이동중 시청앞 세월호 추모리본들..
아직도 글귀 하나 하나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람 많이 모이는 곳 어딘가에 추모공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잊지 않기 위해...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앞.. 옛날 레이건 대통령 방한때 와보고 처음이니 참 오랫만이다.
나 고딩때는 청와대앞 개방전이라 일반인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고, 예외적으로 경복고 학생들만 검문 후 통행을 허가해줬다.
이 앞을 지나 정독도서관까지 참 많이 걸어다녔는데 ~
그리고 청와대옆 반가운 모교.. 무려 28년만이네 ~
자전거 덕분에 ~~
틈만 나면 흙먼지 뒤집어 쓰며 농구하던 운동장은 깔끔한 인조잔디로 바뀌었고 ~
3학년때 신축했던 건물 벽엔 어느새 담쟁이 넝쿨이 무성하다.
85년, 고3시절 ~
재학생의 과외/학원수강이 불법이었던 시절이라,
자율학습한다고 매일밤 10시에 퇴근 퇴교하던 시절,
28년전 졸업사진 찍던 큰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찍어 봤다.
어리버리 고딩은 온데간데 없고, 중년 아저씨가 서있다.
언젠간 스마트거울이 나오겠지? 거울앞에 서면 사진을 찍어 저장해 뒀다가 먼 훗날 원하는 년도를 입력하면, 당시 내 모습이 현재 모습옆에 보여지는...
여자들은 ...... 싫어하려나? ^^;
학교를 나와 다시 업힐 페달질 ~
경복고 ~ 자하문고개 난이도는 한남동 삼거리에서 국립극장까지 업힐과 비슷한 수준인 듯 ~
자하문고개 정상 직전에 있는 고 최규식 경무관 기념동상
68년 김신조 무장공비단 습격때 최초 전투를 벌이다 순직한 분으로,
당시 우리 학교 수위아저씨도 공비들에 의해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도 보복을 위한 북파부대를 준비했고, 그 북파부대가 엉뚱한 곳에서 사고친게 바로 실미도 사건.
고2때,
실미도에서 생존했던 예비역을 직접 만난적이 있는데,
당시엔 보안이 심하던 시절이라, 그 분께선 실미도 사건을 북한공비들에 의한 습격사건으로 비틀어 설명했다.
나중에 대학가서 실미도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되었지만, 먼 훗날 영화화 되라라곤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 ~
목과 어깨에 있던 관통상을 보여 주며, 날궂이 한다고 푸념하던 그 분....
지금은 환갑이 훨씬 넘었을 텐데, 잘 살고 계시려나?
이 동네는 좁다란 골목에서 돌모퉁이 하나까지
모든 것이 추억이다 보니 자꾸 되돌아 보게 된다.
장소뿐만 아니라 시간을 라이딩하는 느낌...
아무튼,
또 다른 추억돋는 자하문 손만두집과 에스프레소 카페를 지나,
마침내, 팔각정까지 끌바없이 올랐다.
우체통이 내 느려터진 평속을 조롱하는 것 같다.
남산대비 난이도는 비슷하다는데, 몸이 체감하는 난이도는 훠~ 얼 ~ 씬 더 힘들더라.
너무 힘들어서, 육체가 정신줄 너 갈 길 가라며 손 놓아준 느낌 ~
액션이 난무하는 가운데 음향효과없이 혼자 슬로비디오로 움직이는 영화속 주인공에 빙의된 느낌 ~
업힐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난 아마 열반에 들었을 듯 ~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해 보니,
첫 업힐인데, 남산에서 힘을 너무 뺐고,
결정적으로,
담배 & 운동부족
찜통더위..
북악올라간 시각이 두시 반이었는데,
해는 없었지만, 거대한 사우나 한증막을 통과한 느낌이랄까?
자하문 손만두에 도착했을때 이미 더위먹고 탈탈 털린 상태였다.
한 여름 낮 업힐은 할 게 아니더라 ~~
팔각정에서 바라본 평창동..
저기도 스토리가 많은 곳인데 ~~
편의점앞에서 반기절 상태로 퍼져있는데,
올라오는 라이더들 보니...
100% 멋진 로드,
90% 져지 복장,
80% 클릿슈즈,
아무래도 북악에 오를 정도면 단순 취미 이상의 라이더들인 듯 ~
생활자전거에 평상복/슬리퍼 조합은 내가 유일한데,
나도 멋진 로드에, 져지 입고, 클릿슈즈 신으면,
내 엔진과 상관없이 북악을 쉽게 오를 것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생기더라~ 응?
힘들었지만,
기변핑계명분을 확보한 의미(?)있던 롸이딩 ~
이렇게 보니, 북악이 더 높긴 하네 ~
라이딩거리 44Km,
아라뱃길때 보다 훨씬 짧은데, 평지라이딩 보다 허리가 뻐근하다.
업힐은 평지보다 허리쪽 근육이 더 개입되는 듯 ~
근데, 허리보다 무릎도가니가 쬐금 더 시큰거리는데,
무릎도 한번 나빠지면 허리 디스크만큼 재발이 자주 일어난다고 하니,
거리든 경사도든 단련시켜 가면서 조금씩 늘려가야 할 듯 ~
예전 허리디스크 재활때 사용한 그 방법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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