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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미술관

에드워드 호퍼 - 서울시립미술관

by DamDong 2023. 5. 28.

 

 

 

 

작년 가을 뉴욕 휘트니에서 그의 작품들을 봤었는데,
서울에서 또 보게 될 줄이야 ~

 

 

 

 

 

호퍼 그림을 보는 몇 가지 키워드들 …

 

 

 

 

 

 

 

 

#소외감

가장 번잡한 도시 뉴욕을 가장 한산한 모습으로 표현한 작가
건축물이 인물을 압도하는 구성
따듯한 색을 사용해도 고독한 느낌
그림속 빈 거리와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
그래서 코로나 격리를 미리 예언했다며 또 한번 치른 유명세

그림속 인물들은 서로간 인터액션이 없고
시선조차 교차하지 않는다.

친구들,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있을때 조차
종종 느껴지는 소외감을
호퍼처럼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가가 또 있을까?

 

 

 

 

 

#관음증
그리고 영화

인물의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뒷모습 위주로 그리면서
일관되게 유지하는 관음증적 시선

 

 

 

 

 

와이프는 호퍼의 그림을 보며,
히치콕 감독의 Rear Window 란 영화가 떠오른다 했는데,
(영화속 주인공이 건너편집 여자를 훔쳐보는 설정)
실제, Tate Modern에서 출간한 호퍼 작품 분석 논문에서
호퍼의 관음증적 시선을 다루며 Rear Window를 인용했고,
이런 시각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도 보인다.

 

 

 

 

다양한 느와르 영화들이 호퍼의 이미지를 차용했고,

 

 

 

 

 

 

히스 레저는 영화 베트맨의 조커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호퍼작품속 삐에로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기도 함 (사진9)

 

 

 

 

 

 

 

#사실주의 vs. 인상주의

미국에서 추상표현주의가 대세일때
우직하게 사실주의 화풍을 유지한 작가로 알려져 있으나
호퍼 그림들을 자세히 보면 사실주의라기 보다는
사실주의 기법을 사용한 인상주의에 더 가깝고
호퍼 본인도 사실주의로 분류되는 것을 싫어했다.

인상파 작가들이 풍경을 직접 관찰하며 그림을 그린데 반해,
호퍼는 관찰한 대상을 대략 스케치만 한 후,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생각을 더해 재구성했기 때문에,
오히려 인상파보다도 훨씬 더 비사실적인 작가랄까?

 

 

 

 

 

#아내조세핀

미술관 작가소개에선 그의 아내 조세핀의 역할이 강조돼 있고,
부부사이가 나빴던 것으로 묘사돼 있는데,
난 좀 다른 생각 ~

여자모델들 갈아 치우며 관계를 가졌던 많은 화가들과 달리
호퍼는 일관되게 부인 조세핀만을 모델로 그렸으며,

여자한테 싫증나면 못생기게 그린 피카소와 달리,
호퍼는 조세핀의 실제 나이, 몸매 대비 항상 아름답게 그렸고,

조세핀의 의견을 상당히 많이 받아 들였으며,
그의 마지막 작품이 조세핀과 나란히 손잡은 그림이었고,
(호퍼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그림속 인물들이 서로 신체접촉)

문란한 사생활로 이혼한 수 많은 작가들과 달리,
오래 함께 살다가 불과 10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점 등을 볼 때,
둘은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부부였으리란게 내 생각

이 부분에서 와이프도 나와 생각이 똑같았는데,
와이프는 호퍼의 그림들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며,
소개글 쓴 사람이 미혼이거나 혹은 실제 결혼생활을 잘 모르는
사람 같다고 코멘트 ~

 

 

 

 

물론 둘이 많이 싸웠다지만,
부부나 연인들간 관계는, 제 3자는 알 수 없는 당사자들만의
내밀한 부분들이 많아서 함부로 단정짓기 위험한데,
미술사적으로 큰 의미없는 부부간 관계를 저렇게 작가소개에
단정적으로 집어 넣는게 적절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한때 시카고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내셔널갤러리, MoMA 등
그의 작품이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녔고,
나름 애정을 갖고 관련 책, 논문 등을 탐독했던 작가여서인지,
이번 한국 전시가 정말 반가웠던 호퍼

 

 

 

 

 

 

 

 

 

 

그의 대표작 Nighthawks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사진)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주요 작품들이 많이 왔고,
해외 미술관에서도 보기 힘든 그의 초기 작품들과 삽화,
스케치, 드로잉 등 풍성한 자료들이 함께 와서
나에겐 마치 보물섬 같았던 전시

 

 

 

 

 

사진은 1층에 있는 작품들만 촬영가능하며,

2층에 위와 같은 포토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