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완결(?)을 목표로 했던 아이슬란드 여행기가 결국 해를 넘겼다.
연말을 망년회 쫒아 다니느라 정신없이 보낸 탓도 있지만,
하드에 저장해 둔 사진파일이 랜섬웨어에 감염되어 한동안 맨붕상태로 보냈다.
불행중 다행으로 카메라 메모리에 사진들이 남아 있어,
다시 시작 ~
굿모닝?
발냄새로 시작하는 아이슬란드의 9일차 아침..
아이슬란드를 한바퀴 도는 링로드 투어를 마치고
출발지였던 레이캬비크로 돌아가는 날이다.
레이캬비크로 복귀전 들른 싱벨리르 국립공원
전 날 들른 게이시르 간헐천과 굴포스, 그리고 이 곳 싱벨리르 세 곳을 묶어 골든써클이라고 하는데,
레이캬비크에서 당일치기 관광이 가능한 코스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싱벨리르의 또 다른 특징은, '만남의 장소'라는 점..
지질학적으로 북아메리카 판과 유라시아 판이 만나는 곳이라는데,
사진 뒤쪽 계곡이 두 지층간 균열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한다...
솔직히 북아메리카판, 유러시안판...
이런건 잘 모르겠고,
오히려 중국인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라는 인상이 강했다.
아이슬란드 북쪽에선 한번도 못 본 단체중국인들이...
여기오자 바글바글 ~
우리 캠핑카 옆에 있던 SUV 바퀴의 위용..
바퀴높이가 둘째 넘 가슴까지 올라오는데, 동계 및 내륙용으로 개조한 모양이다.
레이캬비크의 첫번째 목적지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교회 뒤쪽 넓직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안에서 점심을 해결..
그러고 보니, 점심은 거의 대부분 관광지 주차장에서 해결했다.
교회 정면
교회이름은 아이슬란드 시인이자 성직자인 Hallgrímur Pétursson (1614 - 1674)의 이름을 땄다는데,
교회앞 동상이 시인치곤 너무 폼잡지 않나? 했더니...
동상은 엉뚱하게도 Leif Eriksson (970 - 1020) 이라는 아이슬란드 모험가라고 ~
아이슬란드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받은 표현주의 디자인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주상절리보단 로켓우주선에 더 가깝지 않나?
아무튼 남유럽의 화려한 성당에 비해 심플하기 그지없다.
(공들여 외벽장식하기엔 날씨가 너무 구린 나라)
가랑비에 준비해간 우산이 펴자 마자 홀라당 뒤집어 졌다.
아이슬란드엔 아마 우산가게가 없을 듯 ~
본당 안쪽 한켠에 있는 킨들스탠드와,
프레임앞에 우.연.히. 서있는 뇨인 ~
심플하면서도 아름답다.
온갖 성화 및 장식으로 가득찬 유럽 여타 성당과는 상당히 다른데,
별다른 장식없이 구조 그 자체만으로
건축물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들어온 입구 위에는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데,
5,275개의 파이프에 무게만 25톤이라고 ~
성스러운 교회에서 어딘가 불경(?)스러운 포즈
800크로나 혹은 5유로를 내면 교회꼭대기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는데,
우린 생략하고,
거리로 나섰다.
뾰족한 교회를 배경으로 한 컷 ~
곳곳에 이쁜 색깔의 주택들
옷 가게인데, 디스플레이 컨셉이 화산과 용암
불의 나라답다.
청정국 아이슬란드 벽도 그라피티로 부터 자유롭진 않다.
난 서양미술과 그라피티(거리낙서), 그들의 인테리어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데..
공통점은 빈 공간을 용납하지 않고 반드시 채운다는 점
여백을 강조하고, 그라피티가 흥하지 않는 동양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다.
아들넘 쉬마렵다 해서 거리에 있는 유료화장실에 들어가려 했더니,
이미 사용중 ~
급해서 근처 Babalu 라는 카페로 들어 갔는데...
여기.... 깬다 ~
일단, 실내 인테리어는 국적불명의 골동품가게 빈티지스러움
화장실 인테리어는 생뚱맞게 스타워즈 ~~
커피잔은 뜬금없이 뉴욕컨셉
그것도 바닥부분 이빠진 커피잔..
라떼를 시켰는데,
만들다 만 듯한 하트모양에 칠 벗겨진 플레이트 ~~
장식이 맛을 좌우하는건 아니지만,
아이슬란드 수도 중심가에 있는 카페가 한국의 시골다방 느낌이다.
설마, 컨셉인가?
그나마 초코칩쿠키 맛이 괜찮았는데,
와이프는 얼굴이 커서 그런지, 둘째 아들처럼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군 ㅋㅋ
다시 거리로 ~
레이캬비크 모던디자인의 진수라는 하르파가 있는 항구로 방향을 잡았는데,
거리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레인보우장식들..
이 쯤에서 눈치 챘어야 했는데,
와이프나 나나 이 쪽으로 문외한이라 한참 지나서야 알아챘다.
켁 ~ @@ ~
여기 아이슬란드 맞아?
아이슬란드 전 국민이 여기 다 모였나 보다.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의 작가 이준오는 그의 책에서
되돌아온 레이캬비크가 마치 뉴욕같은 대도시처럼 느껴졌다고 했는데,
엄청난 인파를 맞닥뜨린 우리에게, 레이캬비크는 마치 '서울 강남 사거리'처럼 느껴졌다.
경찰들까지 총출동 ~
아마도 아이슬란드에 있는 모든 싸이카를 긁어 모았을 듯?
여행기간중 축제를 경험하는 것은 분명 행운이지만,
저 멀리 하르파가 보이는데, 도저히 인파를 뚫고 갈 수가 없다.
게다가 잠시 공연구경하는 틈에
가족들과 생이별하는 불상사까지 발생
결국 하르파 방문은 포기하고
간신히 인파를 빠져 나왔는데,
길 바닥에도 레인보우 장식
이제서야 난 감을 잡기 시작했고 ~
포스터사진에 적힌 문구를 보고서 확인했다.
게이축제였던 것이다.
물론 거리위 모든 사람들이 게이는 아니고,
대부분 구경하는 사람들...
워낙 심심한 나라이다 보니,
게이축제건 뭐건 시민들에겐 그냥 즐길 수 있는 이벤트인 듯 ~
교회 주차장으로 복귀
아들, 게이축제 어땠어?
첫 날 묵었던 레이캬비크 캠핑장에 다시 입성했는데,
이 곳은 여전히 붐빈다.
한쪽에선 동호회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전거 조립중..
아마도 일주여행 하겠지?
우리 차 옆에 있던 캠핑카인데,
특이하게 '휠체어 Free'란 로고가 있길래 이게 뭘까 싶었는데...
리프트가 달려 있는 장애인용 캠핑카였던 것이다.
아 ~ 전 세계 거의 모든 종류의 캠핑카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장애인용 캠핑카는 처음 본다.
마침내 첫 빨래..
지난 번 처럼 건조기에다 빨래넣고 세제푸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확인 또 확인 ~~
캠핑카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위해 냉장고 재고 정리중 ~~~
배터지게 먹자 ~~
8월 13일 저녁..
1,900 Km 의 여정을 마친 후,
아이슬란드 캠핑카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다음 날은 캠핑카를 반납하고
아이슬란드 대표온천 블루라군을 방문하는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