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캠핑카의 아침..
이날은 세체다를 마지막으로 돌로미티를 떠나 평지로 하산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로 올라가는 여정..
세체타로 넘어가기 위한 첫 관문,
해발 2,244미터의 Passo Sella (셀라 고개) 를 오르던 중 한 컷..
파소 셀라는, 유럽에서 오토바이좀 탄다는 라이더들에게 만남의 장소같은 곳..
돌로미티를 여행하는 거의 모든 바이커들이 이 곳을 거쳐 간다고나 할까?
물론, 모터라이더들에게만 유명한 장소는 아니고,
유럽 클래식카 동호회에게도 성지인가 보다.
포스쉐, 아우디, 벤츠는 물론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클래식카들을 여기서 거의 다 본 듯 한데,
문득, 로키산맥에서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12대가 떼빙하던 모습이 떠오르더란..
세체다는 해발 1,200미터의 오르티세이(via Val D'Anna, 2, 39046 Ortisei BolzanoOrtisel) 이란 마을에서
곤돌라를 타고 해발 2,500미터 산장까지 올라가는데, 곤돌라 구간이 워낙 길어(4.5Km) Furnes에서 갈아타야 한다.
오르티세이 마을을 배경으로, 첫번째 곤돌라 구간...
곤돌라탄 아이들 모습을 보니..
문득, 2008년 첫 캠핑카 여행때 뉴질랜드에서 곤돌라 탔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땐, 엄마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정말 귀여웠던 꼬맹이들이었는데.. ㅜㅠ
Furnes에서 두번째 케이블카로 갈아탐
돌로미티는 유럽 레포츠의 천국이라더니..
케이블카에도 역시나 자전거..
마침내, 해발 2,500미터 세체다 산장에 도착..
그리고 산장에서 바라본 세체다의 모습은
뭐랄까,
해발 2,500미터위에 포근한 초원지대와
한쪽이 무너져 내린 가파른 바위산이 나란히 공존한다고나 할까?
돌로미티는 참 신기한게, 아래에서 보면 거의 다 비슷해 보이는데,
실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보면 각 포인트별로 보여지는 풍경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해발 2,500미터인데도, 오스트리아의 글로스그로크너에서는 만년설과 빙하지대를 볼 수 있는 반면
세체다 알프스에선 양지바른 풀밭지대에 자전거가 득실댄다.
그것도 젊은 처자 라이더들에서 부터 할아버지 라이더들까지 다양한..
근데, 마냥 양지바르기만한 곳은 아니고,
그늘지대는 또 이렇게 얼어붙은 눈으로 가득차 있는 곳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이킹전에 배를 채우기 위해 주문하는데,
주문받는 이 아저씨를 포함해 이탈리아 남자들이 대체로 오바스럽고 살갑다고나 할까?.
여름 휴가철과 겨울 스키철 이 곳은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는데,
초가을의 세체다 산장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산장식당 뒤편에는 아이들 놀이터까지..
해발 2,500미터에서 그네타는 기분이 어떠삼 ?
바베큐맆은 왕추천,
파스타는 비추..(짜다)
커피맛은 역시나 좋다 ~
특이하게도,
산장뒤 전망대에 떡~하니 자리잡은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상
이 전망좋은 곳에서 고생이 많으신 예수님 ~
남편이 자전거 타고 노느라 혼자 사진찍으며 산책중이라는 독일아줌마에게 부탁해 귀한(?) 가족사진부터 찍고..
역시 DSLR 든 사람에게 부탁해야 제대로 초점맞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나도 한 컷,
이제는 와이프도 제법 초점을 잘 맞추..~
까불이 둘째와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는 첫째..
하이킹 시작..
건너편 봉우리가 워낙 커서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론 꽤 먼 거리다.
겨울에 여기서 스키다고 내려가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실제 여기서 스키를 타고 케이블카 출발지점인 오르티세이마을까지 내려간단다.
케이블카 직선거리로 4.5Km 이니, 슬로프로 내려가면 10Km도 넘는 거리..
그나저나 세체다에서 5D로 찍은 사진의 반이상이 죄다 노출오버 ~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이 구닥다리 5D를 신형으로 바꾸라는 계시 아닐까?
응? 철없는 남편의 카메라 타령에 속이 탄다구?
이에 반해 GF3는 죄다 언더노출로 의심되는 상황 ~
그래도 참 멋지구리 ~
그나저나 참 신기하다..
같은 높이의 저~쪽 봉우리들은 눈으로 꽁꽁 덮혀 있는데..
여긴 어찌 이리 양지바를꼬 ~
무슨 말 할까? 말이 필요할까?ㅠ
세체다 떠나기전.. 다시 한번 눈에 담아보기.
근데, 경치보다 그 경치를 바라보는 모자모습이 더 멋짐 ~
지난 3일 내내 해발 1,000미터에서 2,500미터 사이 아슬아슬한 꼬부랑길을 다니다가
평지에서 운전하니, 이건 뭐 눈감고도 달리겠네 ~
그렇게 달려 도착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Natterer See 캠핑장 (구글맵)
이 캠핑장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핑장 랭킹 1위에 등극된 곳으로
캠핑장에 주어지는 거의 모든 상을 받은 명소인데,
일단 체크인카운터 부터 호텔식으로 꾸며져 있고, 직원들도 상당히 잘 교육되어 있다.
Natterer See란 이름에서(See는 호수란 뜻) 알 수 있듯이 조그만 호수를 끼고 있는 캠핑장인데
멀리.. 알프스를 배경으로 마치 달력에서 뽑아낸 듯한 기막힌 반영의 호숫가 사이트 ~
그러니까 이 곳에 서면 누구나 모델이 된다.
우리 사이트에서 바라본 호수 건너편 카페 ~
성수기 예약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고,
호숫가 사이트확보는 그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데,
우린 다행히 비성수기 평일이어서 딱 한자리 남은 호숫가 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호숫가 한쪽에 자리한 놀이터..
호텔등급을 매길때 중요한 평가지표중 하나가 객실대비 부대시설의 면적비율인데,
고급호텔일수록 객실대비 부대시설의 면적이 넓은 것 처럼,
이 캠핑장 역시 부대시설 면적이 상당히 넓다.
주변 지리 및 날씨정보를 세련된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어메너티 입구..
개수대부터 뭔가 포스가 남다른데,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은은한 배경음악과 세련된 조명..
화장실의 청결함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쪽 벽면은 클래식한 캠핑사진으로 꾸며져 있는데,
세탁실 한쪽에 별도로 마련된 건조대벽면도
세탁과 관련된 클래식한 캠핑 사진으로 장식
대략 1930~40년대 쯤으로 추측대는 캠핑트레일러와 캠퍼들의 식사모습
개수대 한쪽벽면을 장식한 사진인데,
단순히 인테리어만을 위한 사진이 아니라 캠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역할도 한다.
사진외에도 쥔장(?)의 캠핑사랑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흔적은 바로 캠핑카 모형들..
어메너티 곳곳에 이런 캠핑카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모형들도 꽤 많다.
돈만 있다고 모을 수 있는게 아닌, 정말이지 캠핑에 대한 지독한 사랑없이는 모을 수 없는 그런 아이템들이다.
이 캠핑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시설,
개샤워장 ~
개 주인이 허리아프지 않을 만큼 딱 적당한 높이로 개 욕조를 배치한 디테일을 보면,
단순히 돈만 들여 만든 캠핑장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세심하게 캠퍼들을 배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2층 샤워실엔 남/녀/유아용 샤워실 외에도 이렇게 가족 샤워실도 따로 마련돼 있는데,
각 부스 위쪽은 유리로 마감해 밀폐된 느낌이 아닌,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참고로 어린이용 샤워실은 단순히 물만 나오는게 아니라,
마치 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 것 같은 자연현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무슨 과학관같은 분위기 ~
각 샤워실은 내부적으로 탈의실, 세면실, 샤워부스로 또 구분되어 있다는 ~
무슨 W호텔같은 분위기인데.. 애인이랑 오면 특히(?) 더 좋을 듯..
...
유아방(기저귀 교환방) 옆에 별도로 마련된 어린이용 세면실엔
아이들 키높이에 맞춰 높이를 달리한 세면대와 만화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까지 배치..
남자용 샤워실 한쪽에 마련된 파우더 공간
2층 시청각실과 샤워실 사이에 있는 휴식공간..
한쪽 벽면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액자스타일로 설계해
마치 응접실에서 창밖으로 풍경을 감상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해가 저물면서 보여지는 풍경이 장난아니다.
바로 아래 캠핑카에선 할머니 할아버지가 꽃과 캔들로 장식된 테이블을 놓고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중
호수가 사이트의 반영도 한폭의 그림이지만,
반대편 마운틴뷰 사이트도 또 다른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
이쪽은 사이트도 계단식이라 앞쪽 캠핑카로 인해 시선이 방해받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뭐랄까...
캠핑장에 무한한 애정과 철학을 담으면,
캠핑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
자동차로 치면 미래의 컨셉카를 본 느낌이랄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시설과 경관을 유지하면서도,
캠핑장 가격은 우리가 묵었던 여섯곳 중 겨우(?) 세번째..
요즘엔 '죽기전에 꼭~' 이란 표현이 너무 흔해져 버려 개인적으로 부러 피하는 문구지만,
이 캠핑장만큼은 '죽기전에 꼭~ 이란 표현을 빌어 추천하고 싶은 맘이다.
캠퍼들 뿐만 아니라, 캠핑장 운영을 염두에 둔 개인이나 업체에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