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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by DamDong 2021. 12. 12.





드디어 예약에 성공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예약이 어~~찌나 힘들던지,
전시작품들 보다 입장티켓에 더 감동할 지경 ㅋ

이건희 회장은 총 2만3천여 점을 기증했는데,
이 중 고미술품 2만1600여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한국 및 서양 미술품 1,448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고,
그 중 50점을 엄선해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으로 전시하는 중




일단 입장기념사진 ^^;
보다시피 대작들이 많다.







이상범, 무릉도원 1922

시대순으로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섹션은 주로 일제 강점기 시대 작품들









채용신, 노부인 초상, 1932

1932년작 초상화인데,
근대회화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지만,
큰 틀에선 여전히 조선시대 초상화를 보는 느낌이다.







박래현, 여인, 1942

그런데 불과 10년 후인 1942년 박래현 작품을 보면,
기존 회화와 완전히 다른, 상당히 세련된 느낌을 준다.
모델이 한복차림이지만, 기존 국내 회화에선 볼 수 없었던 포즈와 완전히 달라진 색감




특히 여인이 손에 들고 있는 종이학은 분명 이 여인이 연애중임을 암시한다.
그 시대에 이런 연출을 하다니....
작가는 요절한 천재 화가 박래현. 운보 김기창 화백의 아내로 유명하지만,
박래현의 후기 추상화 작품들을 보면,
그녀의 재능이 오히려 김기창 화백을 뛰어 넘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참조 : 박래현 전시 - 삼중통역자






권진규, 곡마단, 1966

조각가 권진규의 작품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한국의 3대 근대작가로 불리기도 하고, 일본 교과서에도 그의 작품이 실려 있다고 하지만
국내 인지도는 낮은 작가

예전 하이트미술관에서 그의 자소상을 많이 보긴 했는데,
이런 평면적인 작품은 처음 본다.
이 분, 회화를 했으면 더 성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김기창, 군마도, 1955

운보 김기창 화백의 군마도
크기와 내용면에서 그야말로 카리스마 쩌는 작품





정적인 느낌이 강한 수묵으로 이런 역동적인 느낌을 표현해내다니 ..
김기창 화백도 확실히 천재급인 듯 ~








박수근, 농악, 1960년대

본격 근현대 작품들을 주제로한 섹션 2의 시작은 박수근

미군 PX에서 미군들 초상화를 그렸던 박수근
주제도, 소재도, 질감도 투박하고 향토적이지만,
지금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유니크하면서 단단한 느낌..
지금이야 국민화가로 사랑받고 있지만, 박수근 생전에 국민들은 그의 그림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림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미국인들이 그의 그림을 컬렉션하고, 생활비 지원해 주고,
미국에서의 전시회까지 주선해 줬던게 부끄러울따름 ~

이건희 특별전에는 박수근 작품 세 점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절구질하는 여인'과 '유동들'은 현재 덕수궁 미술관 박수근 전시회로 출장간 상태라
이건희 특별전에선 빠져 있다.
덕수궁 미술관 박수근 전시회 - 나목 참조





사진이 잘못찍혔는데 -.-;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 작품은 ~~~





이중섭, 흰소, 1950년대

바로 이중섭의 소, 그 중에서도 흰소
이중섭은 소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했다고 하는데,
이 흰소는 고개를 푹 숙이고 지쳐있는 모습..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작가의 상태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중섭, 황소, 1950년대

흰 소 옆에 있는 이중섭의 황소
우리들에게 익숙한 바로 그 그림

이중섭 그림은 다 좋은데,
늘 크기에서 아쉽다... 좀 더 컸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왜 그림들이 다 그리 작은지.....







장욱진, 나룻배, 1951

그림 작기로 유명한 또 한 분 장욱진 화백
올 봄 현대갤러리에서 열렸던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보면서,
그의 다양한 실험성에 놀랐고, 작.은.사.이.즈.에도 놀랐던 기억이 난다. -.-;






김환기, 3-X-69, 1969 (좌), 산울림 19-II-73#307, 1973 (우)

김환기로 넘어오니, 또 한번 달라진 분위기
일단 사이즈가 눈에 띄게 커졌고, 확실히 더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느낌...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1950년대, 그러니까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그려진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롭고, 유희적이면서 비현실적인 느낌인데,
특히, 동시대 작가들인 박수근 등의 작품과 비교해 보면 확실하게 다르다.
박수근이 된장이라면 김환기는 버터 느낌이랄까??

문득, 장인(김환기)은 천상의 그림을 그린 반면, 자기 그림은 땅에 발 붙이고 있다 라며
김환기를 평했던 윤형근 (김환기 사위) 화백의 코멘트가 떠오른다.
찢어지게 가난한 시대에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평생 귀족처럼 산 김환기 생애를 살짝 비꼰것 처럼 들리기도 함







유영국, WORK, 1972

대중적 인지도는 낮으나, 나름 매니아층을 갖고 있는 유영국의 추상화
추상화에 있어서 김환기와 쌍벽을 이루며 서로 다른 방향을 추구했는데,
흥미롭게도, 국현(국립현대미술관) 소장전을 할 때면,
김환기 건너편에 유영국 작품을 배치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도 예외없이 김환기 건너편에 유영국이 배치되어 있다.








김흥수, 한국의 여인들, 1959

구상과 추상을 한 화면에 담는 ‘하모니즘’ 회화로 유명하고,
43세 연하 제자와의 결혼으로도 유명했던 김흥수 화백의 1959년 작품인데,
색감과 인물묘사가 놀랄만큼 서구적이다.
중앙 오른편에 앉아 있는 고개 삐딱한 여인은 영락없이 모딜리아니 초상화 느낌 ~~






류경채, 가을, 1955

잉? 헤르난 바스가 왜 여기 있지?
헤르난 바스는 올 봄 스페이스-K에서 전시했던 1978년생 미국 마이애미 출신 작가인데,
그의 초기 작품이 이 그림과 매우 유사하다.
근데 이 작품은 무려 1955년 작







천경자, 노오란 산책길, 1983

뭐, 설명이 필요없는 천경자
서울시립미술관에 천경자 상설전시관이 있으니, 좀 더 많은 작품관람은 거기서 ~~





한국의 근현대 작품들을 보면,
한국적인 소재들을 다루면서도
서양의 유명화가들 작품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박수근도 그랬고 장욱진도 그랬고,
당시 서양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참조하면서 공부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

그래서인지
많은 서양화가들의 화풍을 공부했음에도
단순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개발하고 발전시킨 박수근의 그림이 다시 한번 인상깊게 다가왔던 전시회


자료 뒤적거려 보니,
국현 (국립현대미술관) 2020년 작품구입예산이 딸랑 53억원이던데...
국현이 200년간 구입할 수 있는 작품들을 이건희회장이 한방에 기증한 셈인 듯..?!!
사실, 많은 작품들은 국현이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작품들이지만 ~


이건희컬렉션 시즌 2, 3, 4, 5 등 계속적인 전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