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주여행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이었다.
날씨는 나빴고 숙소는 좋았던 이유도 있지만,
툭하면 오는 제주도에 새로울게 뭐 더 있겠냐 싶어서
먹방마실외 거의 방콕............................ .이었다.
그래도 부러 찾아간 곳 중 하나가
변태 아니고 본태박물관
이름이 좀 거시기 하지만, 평생 잊지 않을 작명이다.
제주도에 참 많은 박물관/미술관들이 생기고 있다.
대부분 제주 본연의 색깔과 관련없고,
이 곳 역시 그런 곳 중 하나지만,
그래도 건축과 현대미술에 관심있다면,
들러볼 만한 곳 중 하나...
우선 건물 설계자가 안도 타다오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양식이 너무 흔해져서인지,
요즘은 노출콘크리트양식에 각 지역의 고유양식을 혼합하는 방식을 추구하는데,
여기선 한국 고유의 기와담장과 대비를 이뤘다.
그의 또 다른 단골소재인 물을 가운데 놓고
차갑고 밋밋한 콘크리트 질감과 섬세한 기와담장의 대비가 은근 멋지다.
노출콘크리트기법 + 로컬양식 사례를 볼 수 있는 곳이 또 한군데 있는데,
섭지코지 휘닉스단지내에 있는 지니어스로사이가 바로 그 곳
그 곳에선 노출콘크리트와 제주 고유의 현무암을 대비시켜 놓았는데,
건축에 관심있다면,
지니어스로사이와 본태박물관을 세트로 엮어 구경해도 좋다.
본태박물관은 4개의 독립전시관으로 구성
1관 전통공예
2관 현대미술
3관 쿠사마 야요이
4관 꽃상여 & 꼭두
이 중 3관, 4관만 사진촬영 가능하다.
2관에 로버트 인디애나, 스텔라, 백남준 등 친숙한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데
사진촬영금지인 것을 보니, 소장품이 아니라 대여작품인가 싶기도 하다.
2관 끝자락에 있는 본태 카페,
이 곳에선 식기가 작품의 소재로 변신 ~
카페앞 풍경
날씨만 좋았다면 차한잔 마시며 분위기 즐기기 좋은 곳인데,
갑작스런 진눈깨비에 강풍까지 불어 잽싸게 사진만 찍고 철수 ~
근데 이 여자 아무래도 살찐 듯...
3관은 쿠사마 야요이 전용관으로
그녀의 대표작 땡땡이 호박이 전면에 똭 ~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일본 현대 미술가를 꼽으라면
무라카미 다카시와 이 할머니를 꼽을 수 있는데,
다소 과격한(?) 작품을 선보이는 다키시가 남성취향이라면
땡땡이 무늬에 집착하는 야요이는 여성취향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시절,
자기가 없었으면 잭슨 폴락도 나올 수 없었고,
존 레논도 자기로 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등
예술적 자부심이 대단한(?) 분인데,
정신병원에서도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작품활동을 할 정도로
열정 또한 대단한 작가다.
쿠사마 야요이의 거울 방
아마도 본태박물관의 시그니처일 듯 ~
들어가면 3~5분정도 머물 수 있는데,
거울과 조명의 힘으로 우주삼라만상(?)을 체험할 수 있음
특히 연인이 함께 들어간다면 예술과 애술(애?)의 경게를 넘나들 수 있겠으나,
난 가족과 함께 들어갔으므로 예술만 감상하고 나옴.
- 내 머린 왜 항상 이쪽으로만 생각할까? -.-a
3관이 일본판 판타지였다면,
4관은 한국판 사후세계 (?)
상여를 '작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여기서 보니 꽃상여도 충분히 작품의 가치가 있겠구나 싶다.
뭐가 보이냐?
혹시 망자가 보여?
그럼 도깨비 신랑?
꼭두인형들 모음
꼭두각시의 그 꼭두맞는데, 원래 상여를 장식하는 인형들로..
'꼭두'새벽처럼 최상급 형용사 역할도 하지만,
이 세상 (이승)과 저 세상(저승)의 경계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
나도 이번에 첨 알았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저 멀리 산방산위로 빛내림이 한창이다.
제주도엔 안도 타다오외에도 또 한명의 유명 건축가인 이타미 준의 건축물도 많은데,
본태박물관과 이웃하고 있는 비오토피아와 포도호텔이 바로 그 곳
특히, 비오토피아 단지내의 물/바람/돌 미술관과 방주교회 등이 유명한데,
본태박물관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니, 걸어서 두 건축가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근데, 비오토피아가 사유지라 그냥 막 들어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음
그나저나 언제부터 제주도가 일본 건축가들의 전시장이 된건지 아리송하다.
롯데 아트빌라에 승효상등 국내 건축가들의 작품이 들어가 있긴한데,
전반적인 세는 역시 일본계다.
이러다
땅은 중국인
건축물은 일본인이 다 잡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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