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서 입맛이 변해간다. 

젊었을 땐, 맵고 짠 맛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싱겁고 담백하되, 식재료 식감이 살아 있는 음식이 좋다. 

더불어, 엥겔지수도 올라간다 -.-;


그림에 대한 취향도 변해간다.

젊었을 땐, 자극(?)적인 구상화를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반구상/반추상쪽으로 선호도가 바뀌더니,

지금은 완전 추상이 좋다. 


한때, 추상화라면,

 "저런 걸 왜 그릴까?" 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람은 변하지 않아도, 취향은 변하나 보다.






 


 김환기 전시회

 선. 면. 점 

갤러리 현대












벼르던 전시회를 마지막날이 되서야 쫒기듯 다녀왔다.


오래전 환기미술관에선 별 감흥을 못느꼈는데,

추상쪽으로 선호도가 바뀌면서,

그의 말년 추상화에 부쩍 관심이 가던 중..

뉴욕시절 작품들 위주로 전시회 열린단 소식에 

이게 왠 떡이냐 싶었다.


게다가 평소 보기 힘든 개인소장품들이 나온다니,

요런게 정말 알짜 전시회

 




 




갤러리 입구.. 

첫 번째 보이는 작품은 Serenade / 1960


 


세 개 전시관으로 구성됐는데,

1층 첫 번째 전시관은 그의 60년대작

두 번째는 그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70년대 초반작들

그리고 2층 세 번째 전시관은 74년 사망전 마지막 작품들..


김환기 화백은 74년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수술받고 회복중 

병원에서 안전사고(뇌진탕)로 사망했다. 

갓 예순을 넘긴 나이에 ~









원래 판화를 살까 고민했는데, 

가격(80만원)대비 원화의 감동이 미흡(?)해 도록을 대체구입했다.












1층 첫 번째 전시관 작품중 하나인 Work 1965


1960년대면 그의 화풍이 이미 추상으로 넘어온 시기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점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다.










70년 1월 김환기의 일기...

'선'과 '점'에 대한 언급을 통해

'점화'라는 그의 대표 화풍에 대한 힌트를 보여주는데,

실제, 그는 68년 일기에서 이미 '선'보다는 '점'으로 안착할 것을 예시하였다. 










2 전시실 들어서자 마자 시선을 확 잡아끌었던 'Tranquility 05-IV-73 #310'



내가 아니고 

빅뱅의 탑 (본명 최승현) 인스타그램 사진이다.

참고로 탑 외할아버지 삼촌이 김환기..









2 전시실 좌측벽면에 있던 'Untitled 03-II-72 #220' (붉은 점화) & 'Untitled 27-VII-72 #228'  


김환기 작품은 대체로 제목이 없고 숫자로 표현하는데, 

사실 작품제작일자를 로마숫자와 아라비아숫자로 조합한 것이다. 

그러니까 03-II-72 #220 는 72년 2월 3일 작품번호 220번 이란 뜻










우측 벽면에 있던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Where, in What Form, Shall We Meet Again 16-IV-70'


 

70년 한국일보 주최 한국미술대상전에 출품해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던 김환기의 추상표현주의를 한국에 알린 대표작이다.


점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그린 후 점 주변을 일일이 따로 처리했다는데,

김환기는 이런 대작을 다작하면서 모두 서서 그리느라

 점화시리즈에 이르러선 허리가 망가져 무척 고생했다고 한다. 


제목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서 따온 것으로 

그의 '점'이 사실상 '별'에서 영감을 얻은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전시실 정면에 있던 '10만개의 점 Hundred Thousand Dots 04-VI-73 #316'

진짜 10만개일까? 궁금해 세보려다, 바빠서 생략 ^^;


점 갯수와 상관없이 선. 면. 점 이란 전시주제에 가장 부합한 작품이었던 듯 ~


참고로 순수조형의 개척자인 칸딘스키가 

1926년 바우하우스 교수 시절 펴낸 책의 제목이 점. 선. 면 이다.


 








참고로 이 작품은 이번 전시회에 출품되진 않았던 

19-VII-71 #209


15년 10월 15일 홍콩경매에서 3,100만 홍콩달러 (47억 2천만원)에 낙찰되어

2007년 김수근 화백의 빨래터 45억원 기록을 경신한 작품이다.









 

2층 3 전시실 오르는 계단에 붙어 있던 문구..


"화제란 보는 사람이 부티는 것.  아무 생각 없이 그린다."

란 구절이 마음에 든다.


화가가 그랬듯이 그림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즐기면 되는 것..

요즘 추상미술과 현대미술엔 너무 복잡한 이론이 군살처럼 붙어서

감상하는데 오히려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


평론이란 소고기의 마블링같아서,

적당히 기름이 끼면 감상하는 맛에 감칠이 나지만,

지방이 지나치면 비계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Untitled 12-V-70 #172


2층 3 전시실은 색의 대비가 극적인데, 

한쪽엔 이런 원색 노랑이 자리잡고 있는 반면,









(사진출처 : 갤러리 현대)


건너편 벽면엔 다소 어두운 색감의 그림들이 걸려 있는데,

사망전 그의 마지막 작품들이다. 

스타일면에서도 다시 '점과 선의 공존'으로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


도록내 유홍준 교수의 해설을 보면,

김환기의 잿빈 묵점 작품들이 그의 죽음을 예감하며 나온 작품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있다. 








(사진출처 : 갤러리 현대)



다시 2 전시실로 돌아와 한참을 더 있었다.

아마 의자가 있었다면 반나절이라도 앉아 있었을 텐데,

김환기 전시후기에 의자없음에 대한 불만이 많은 이유를 알겠더라.



이번 전시, 아니 김환기 세계의 정수는

역시 70년대 초반 청색점화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 싶더라

이 시기 김환기 화풍을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에 비유하는 글들이 많은데,


첫 시선을 잡아 끄는 힘은 로스코가 더 강하지만,

김환기 작품엔 은근 밀당하는 긴장감이 있다.

 

로스코가 '예쁜(?)' 색감으로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느낌이라면,

김환기는 무뚝뚝하지만 진득한 남성적 느낌이랄까? 



정말 

오랫만에 눈 호강한 전시회였다.































Posted by Dam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