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의 아침..
유럽도착후 처음으로 비대신 빛으로 시작하는 아침
빛이란 놈은 참 신기해서, 슬쩍 비춰주기만 하면 흔한 일상소품도 뽀사시 오브젝트로 바뀐다.
바닷가 옆이라 그런지 일출이 빠른 편인데,
전 세계 많은 캠핑장을 다녀 봤지만, 캠핑장에서 이런 풍경 보는건 첨일세..
잔디밭 나무 아래 우리 자리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바닷가쪽 풍경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자리를 옮겼더니..
캠핑장 바로 옆으로 이런 배들이 다닌다.
아마도 전 세계 캠핑장중 이 곳 Fusina 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 아닐까?
아침식사후 페리터미널로 이동중 만난 트레일러..
평소 인터넷에서나 보던 독특한 캠핑카와 트레일러들을 유럽에서 다 보는 듯 ~
캠핑장 바로옆 터미널에서 페리를 타고 베네치아로 이동중..
소요시간은 약 20분 정도? (페리선 38유로/왕복 for 성인2 & 아이2)
마침내 도착한 베네치아,
무려 18년 만의 재방문이다.
터미널 앞에 서있던 이태리 할아버지의 카리스마..
이태리 할머니를 기다리는것 같지는 않고.... 음 ~
베네치아의 매력은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길을 누비며
눈팅하는 재미.. 잉?
각종 영화와 미술사에 자주 등장하는 그 모습 그대로.. 멋진 풍경..
서로 구속받고 싶어하는 심리는 전 세계 연인들의 공통심리인가 본데,
어디 한번 결혼해 봐라 ~
그런데 베네치아하면 늘 떠오르던 의문하나..
그 옛날, 왜 넓고 풍요로운 육지 놔두고 이 좁고 험한 곳에 도시를 만들었을까?
베네치아의 기원은 아시아 훈족의 이동과 연관돼 있다고 한다 ~
진시황제로 하여금 만리장성을 쌓게 할 정도로 중국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던 흉노족이
중국 한무제때 이르러 와해되면서 일부가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동했는데,
이로 인해 게르만족 대이동과 서로마 몰락이 촉발되었고, 베네치아는 이 당시 생겨난 피난지였다고...
수상전에 약한 몽고군을 피해 고려왕조가 강화도로 피난했던 것과 비슷한 발상이랄까?
흉노족이 훈족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훈족이 서진하면서 헝가리와 터키를 만들었고,
일부 동진한 흉노족으로 부터 신라 김씨가 유래되었다는 자료 & 다큐멘터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번 여행을 위해 와이프가 개미처럼 여행서를 뒤지는 동안,
난 배짱이 처럼 댄 브라운과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을 읽었는데,
피렌체와 베네치아를 배경으로한 인페르노는 헐리우드식 전개가 좀 식상하긴 하지만,
여전히 보조여행서(?)로서의 가치가 충분하고,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상권만 읽고 접었다.
그녀의 문체는 여전히 흡입력 강하지만, 문제는 이탈리아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
그녀의 모든 작품에서 지나치게 유럽편향적인 역사관을 볼 수 있다.
댄 브라운의 책 때문인지, 많은 종류의 가면중 유독 저 새부리 모양의 가면이 눈에 띈다.
맬더스의 인구론을 주제로 삼고, 단테 신곡의 지옥도(인페르노)를 소재로 삼은 인페리노에서,
소설 초반, 저 가면이 사건추리의 열쇠로 등장하는데....
The Plague Doctor | Bryn Barnard | oil on panel
이 가면은 옛날 의사들이 흑사병환자를 다룰때 병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썼던 것으로,..
식초에 적신 필터를 새부리 모양에 넣었다는데, 당시엔 '죽음'의 상징이기도 했다는..
근데, 죽어가는 남자환자는 내팽겨둔채
여자 환자만 챙기네 ~
산 마르코 광장..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이라 불렀던 곳....
~ 에 상수도가 터져 물난리가 났다.
근데, 이게 또 기막힌 반영을 제공해 주더란 ~~~~
물난리때문인지는 몰라도, 산 마르코 광장의 또 다른 상징인 닭둘기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트Talk 님 예술사 수업에서 들었던, 베네치아의 상징, 갈매기와 날개달린 사자..
날개 달린 사자는 성경 속 성 마르코(마가)를 상징하는 동물로, 마르코의 유골은 원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안치되어 있었는데,
베네치아인들이 성마르코 성당으로 옮겨와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은 것..
당시 유럽 도시들은 어떤 성인의 유골을 안치하느냐로 위상을 나눴는데, 예수의 12사도 성인 유골이 가장 상위에 있었다고..
원래 계획은 성 마르코 성당을 관람하는 것이었는데, 엄청난 길이의 입장객줄을 보고 포기,
대신 상대적으로 줄이 짧은 성 마르코 종탑에 올랐다.
베네치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인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전망대에서도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다.
내 구닥다리 5D 로 찍은,
베네치아 전경 ~
잉? 앨리슨 레퍼 (Alison Lapper)의 동상이 왜 베네치아에 있지?
앨리슨 레퍼는 양팔이 없고 두 다리가 짧은 장애인 구족화가로, 얼마전 힐링캠프에 소개된 닉 부이치치와 비슷한 인물..
저런 장애의 몸으로 화가/사진작가/임신/출산/양육을 이뤄내 화제가 되었던 인물로, 한국에도 온 적이 있다.
Marc Quinn 이 만삭의 그녀 몸을 조각으로 만들어 런던 트라팔카 광장에 전시하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
저게 왜 베네치아에 있을까 궁금해 검색해 보니, 2013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이란다.
베니스까지 와서
비엔날레도 못보고
ㅜ,.ㅠ
아무튼, 베니스에 왔으니, 이런 멋진 훈남 사공이 모는 곤돌라를 타봐야겠지?
그러나 현실은 무뚝뚝한 할아버지 사공 ~
나는 뭐 상관없는데, 와이프 표정이 좋지 아니하다.
이런 날은 그저 몸을 사려야 ~~
근데 이 느낌 너무 좋음 ~
내가 봐도 참 잘 찍었다.
곤돌라에서 바라본 이 좁은 골목 느낌도 좋고..
풍경사진은 역시 파나소닉이 최고 ~
근데 40분에 80유로라더니 딸랑 25분 태워준다
40분은 길(?)막힐 때 소요되는 시간이라면서..
한땀 한땀 베트남 이태리 장인이 정성들여 만들었다고 믿고 싶은
길거리표 이태리 잠바도 하나씩 사입고..
근데, 이태리 명품이 왜 이렇게 싸지? 세일중인가?
베네치아 필하모니의 연주도 들었다.
아~ 우리 여행은 너무 럭셔리한 것 같아...
곤돌라타고, 명품쇼핑하고, 연주회도 감상했으니, 이젠 미술관 차례...
베네치아의 숨겨진 보석 미술관 페기 구겐하임 갤러리..
정말 꼭꼭 숨겨져 있어서 찾느라 무지 애먹었다.
아이들 입장료 아까워서 에게 충분한 자유시간을 주기 위해 우리 부부만 입장..
(28유로 /성인 2)
이탈리아가 대체로 물가가 비싸다 -.-;
페기 구겐하임 여사가 여기 잠들다란 묘석을 확인하고, 내부 촬영이 금지된 갤러리를 구경,...
대표작이랄 만한 그림은 별로 없었는데, 딱 한 점, 이 갤러리의 메이저급 작품을 꼽으라면,
르네 마그리트의 Empire of night 연작시리즈중 하나.. (출처 : 구글링)
참고로 이 갤러리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컬렉션은 다소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래도 경치 하나는 끝내 주는 갤러리 뒤 뜰 ~
사실,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 골목 구석구석이 미술관이나 다름없더라 ~
달리의 작품을 풍자한 이런 기념품들도 재미있지만..
골목 곳곳에 산재해 있는 유명갤러리들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솔솔하고...
여기는 나름 유명한 콘티니 갤러리인데, 안 쪽으로 보테로와 인디애나의 작품이 보인다.
보티챌리스러운 그림으로 마네킨을 꾸민 센스넘치는 디스플레이하며..
어딘가 이태리판 천경자 화백 작품같은 그림까지...
베네치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이랄까?
아쉬움을 뒤로 한채.. 캠핑장으로 돌아와 바라본 베네치아 ~
뭐랄까.. 도시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둘째 녀석은 게임삼매경이다.
베네치아보다도, 알프스보다도,
게임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워 보일 나이..
풍경즐기기 시작하면 뇐네라지?..
여행이 중반으로 접어들었기에, 그동안 밀린 빨래도 하고..
볼 일도 보고..
가운데 샤워부스를 배치하고 양쪽으로 화장실을 둔 특이한 구조..
물론, 초대형 캠핑장이라 곳곳에 전용 샤워장들이 따로 있긴 하다.
설겆이도 하고..
달밤에 체조도 사진도 찍고 하다가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옛 사진 꺼내 보았다.
응답하라 1995
스물아홉 꽃띠시절의 베니스..